호주에 모든 현장 복지업무를 통합한 센터링크가 존재한다면 뉴질랜드에는 커뮤니티링크가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메이페어플레이스에 위치한 커뮤니티링크 사무소에 들어서자 이웃나라 호주의 센터링크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사례관리사(Case Manager)` 21명이 지금껏 복지 서비스를 받았던 주민을 상대로 일일이 확인 전화를 하고 있다. 사례관리사란 복지 혜택을 받는 국민에 대한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가리킨다.

이곳 직원 27명 가운데 77%가 사례관리사다. 주민과 밀착하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뉴질랜드 복지의 핵심인 셈이다.

렉스 맨슨 서비스센터 매니저는 "실업자들을 상대로 단순히 수당만 지급하지 않는 것이 뉴질랜드 정부의 원칙"이라며 "만약 구직자가 취업을 하더라도 꾸준히 접촉해 이곳에서 교육받은 것과 동일한 직종에 근무하는지, 새 직장에 불만은 없는지 등 이력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오클랜드에 위치한 사회개발부 산하 아동청소년가족국을 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100명이 넘는 직원 대다수가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현장에서 만난 그랜트 베넷 과장은 "입양부터 아동 학대, 가족 불화 등 아동과 가족에 관련된 신고를 챙기고 있다"며 "단순히 상담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까지 추적해 기록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개인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뉴질랜드 복지제도의 단면이다. 베넷 과장은 "뉴질랜드 커뮤니티링크는 사실 호주보다 역사가 길다"면서 "호주가 뉴질랜드를 벤치마크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뉴질랜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사이에서 타협점을 모색 중이다. 머린 베이커 오클랜드대 교수는 "동네 의원인 1차 진료기관은 유료인 반면 2차 진료기관부터는 무료인 것이 뉴질랜드 의료복지"라며 "저소득층은 무료인 2차 진료기관을 가고자 병을 일부러 키우고, 고소득층은 대기 시간을 참을 수 없어 개인 병원을 찾는다. 뉴질랜드 정부도 이를 잘 알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의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1%로 호주 6%, 한국 3.5%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립대학을 놓고도 고민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전액 무상 교육, 대학은 국립대 기준으로 학비가 연간 4000뉴질랜드달러(한국돈 330만원)지만, 18세 이상 무직자는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무료다. 베이커 교수는 "아직까지 국립대 비중이 높지만 사립학교 수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떻게 하면 교육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이민자 증가와 고령화로 정부 지출이 늘어나자 재정 문제에도 직면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소득세율을 높이면 조세 저항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 과표구간을 10년 이상 변동없이 묶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소득이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수를 확보하는 복안이다.

출처 : 매일경제
[호주·뉴질랜드 = 신헌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덴마크 = 김범진 매경이코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