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EU 판결 수용… 연쇄살인·아동살해범은 제외 고려

한 죄수의 끈질긴 싸움이 영국 정부로부터 수감자 투표권을 얻어냈다.

마크 하퍼 영국 헌법개정 특임장관은 지난 2일 정부가 2005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수감자에게 투표권을 인정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퍼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의원들 모두가 분개할 일이지만 법을 준수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영국은 군사·민간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에 대해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집주인을 살해해 25년간 감옥에서 복역 중이던 존 허스트가 수감자에게 투표권이 인정되지 않는 영국의 제도를 바꾸기 위해 2004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변화다. 2005년 인권재판소는 허스트의 손을 들어줬지만 영국 정부는 이에 불복했다. 하지만 결국 패소한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유럽이사회로부터 3개월 내에 법을 개정하라는 최종 명령을 받은 상태다.

허스트는 BBC 방송에 “현 제도에서 사람들은 법제도를 바꿔 스스로를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이는 투표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수감자들이 불만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폭동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수감자 중 연쇄살인범이나 아동살해범에 대해서는 기존의 투표권 제한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은 현재 기결수의 선거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형량에 따라 중죄인에게만 투표권을 제한한다. 한국은 모든 기결수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