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터루, 컴온.”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고 멍하니 서 있었다. 옆에 있던 선임병이 따라오란 말이라고 한다. ‘터루’가 무슨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뜻을 몰라 선임병에게 물었더니 ‘터틀(turtle)’을 그렇게 발음한다고 했다. 신병은 느리니까 ‘거북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 카츄사(KATUSA)에 입대해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의 일이다. 대학 4년 동안 영어를 전공하고 군대에 갔지만 ‘터틀’을 ‘터루’라고 발음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 했으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외국어, 특히 영어를 배운다는 건 우리에게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전 세계 언어를 분석한 언어가계도를 살펴보면 영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고 우리말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언어가계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어족이다.

이런 영어를 배워야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국제적으로 앞서갈 수 있으니 죽자 사자 영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교통과 IT기술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과 같은 지구촌이 됐다. 지구촌에서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말이 영어다. 우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받는다. 학교 공부가 부족하면 학원도 보내고 쉴새 없이 영어에 매달린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영어공부를 많이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예전에 미군이 독일군 적진에 스파이를 파견하기 위해 DLI(Defense Language Institute)에서 ASTP(Army Special Training Program)라는 프로그램으로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이들이 적진에서 발각되지 않고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에 필요한 목표 시간을 1만시간으로 잡았다. 하루 8시간 영어 학습을 했을 때 3년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정도를 했을 때 비로소 원어민에 가까운 독일어 구사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물론 우리는 이처럼 적진에서 생존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적당한 영어활용 능력을 가지려면 최소 5000시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한국의 학생들은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하는가. 학교에서 1주일에 4시간, 1년에 방학을 제외하고 40주라고 했을 때 160시간을 투자하는 셈이다.

그렇게 초등학교 4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 등 14년을 160시간씩 투자하면 약 2240시간이다. 목표시간인 5000시간의 절반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하는 학생이 있는 이유는 예습, 복습을 하기 때문이다. 1주일 8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은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될 수 있다. 예습과 복습을 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 즉 자기 주도적학습능력도 생겨 영어공부에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투자만 하면 영어가 저절로 될까. 학습방법도 무시할 수 없다. 자기주도적학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어는 영어공부에서 가장 중요하다. 단어 외우기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다음은 문법이다. 문법도 먼저 이해하고 외워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사람의 기억은 시간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했다. 잊혀질만 하면 또 외우는 반복학습을 해야 영원한 지식이 된다. 마지막으로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한다. 언어는 도구일 뿐이다. 영어라는 도구가 담아내는 것은 결국 지식이다. 다른 교과 지식도 쌓아야 한다. 현재 나의 노력이 부족함을 직시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정확성보다 유창성을 강조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시험 문항의 비중도 객관식과 주관식이 50대 50이다. 사용할 수 있는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때가 됐다. 영어 듣기와 읽기에 치중했던 평가방식이 변했다. 말하기와 쓰기도 같은 비중으로 평가하려고 한다. 오늘부터 영어공부에 시간을 투자해 보자. 5000시간을 채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