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의 기세가 한 풀 꺾여 연간 1만8000명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연간 2만9000여명의 초·중·고교 학생이 조기 해외유학을 떠났다. 많은 학부모들은 "도대체 아이를 몇 살에 유학을 보내면 좋을까"라고 고민한다. 일찍 보내는 것도, 늦게 보내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민족사관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대원외고, 용인외고, 한영외고 등 우리나라의 명문 고등학교에서도 해외 명문대학에 많은 합격생을 내고 있다. 굳이 조기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미국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길이 분명히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이들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 학부모들은 차라리 자녀들을 조기에 유학 보내려고 하지만 그 시기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 대학 입학사정관을 지내고 현재는 미국 대학 진학 컨설팅을 하고 있는 에르난데스 박사는 그의 저서 'A is for Admission'에서 "아이비리그 대학 준비는 8학년(중2학년)도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서울대, 연·고대를 준비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도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시기가 한국과 비슷한 셈이다.

민사고 등을 거치지 않고 해외 유학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중학교 3학년 2학기다. 미국 고등학교로는 9학년이다. 더 이른 시기에 보내면 언어습득은 빠르나 정체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학교 2학년 전후 사춘기를 겪으며 많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중학교 3학년 이전은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한 때다. 반면 고등학교 2학년을 지나거나 대학교 때 유학을 떠나면 언어습득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을 넘어서 유학을 떠나면 미국 대학준비 기간이 짧아서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중학교 2학년 이전에 영어 등 유학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중학교 2학년 2학기 혹은 중학교 3학년 1학기에 미국 고등학교에 지원한 뒤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 미국은 9월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9학년부터 시작하게 된다. 만일 한국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떠나게 된다면 한 학년을 낮춰 9학년부터 다닐 것을 권한다.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년을 낮추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후배와 어떻게 함께 다니느냐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미국 학교 문화에서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국 중·고등학교처럼 선후배간의 서열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다. 9학년으로 한 학년을 낮추어야 미국 대학 진학 준비에 소홀함이 없게 된다. 가능하면 미국 고등학교에서 9∼12학년을 모두 마치고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방향으로 교육설계를 하는 것을 권한다.

그래야 미국 대학 입학사정에서 중요한 요소인 성적(GPA)과 SAT 혹은 ACT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입학사정관들이 관심을 갖고 보는 '도전적인 학습과정(Rigor of Secondary School Record)'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에 있어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유학을 보낼 때 그때를 놓치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