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싸고 질높은 국제수준 영어교육'을 명분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사업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고교 과정의 학비가 연간 최대 4200만원대에 달해 '귀족학교'라는 비난이 일고 있고, 유치한 일부 외국 학교의 경우 국제고교학력 인정도 받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획득과 제주의 국제도시화를 위해 이곳에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외국 유학생을 집중 유치하겠다던 정부의 애초 약속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9일 국회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 조기유학으로 인한 국부유출 방지 및 값싸고 질좋은 영어교육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제주 영어교육도시 추진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애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제주도 영어 유학에 드는 비용이 해외유학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해외 유명사립학교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국부유출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는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아시아권 유학생을 유치해 외화도 벌어들이겠다고 했지만 이 공약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영어교육도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주 유학비용을 해외유학 비용(연간 4000만~6000만원)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 수준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제주에 문을 연 영어학교들의 학비를 살펴보면 정부의 공언이 무색한 실정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노스 런던 컬리지잇 스쿨(NLCS)'의 학비는 4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의 연평균 등록금이 초등 과정은 2325만원, 중학교 과정은 2435만원, 고등학교 과정은 2767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초등학생 1328만원, 중고등학교 1439망원의 기숙사비를 합하면 연간 학비가 최대 4200만원이나 된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제주 영어교육도시는 이번 국정감사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은 모두 1조7800억원인데, 이 중 4824억원이 공공에 의한 투자나 국비지원으로 건립되도록 계획됐다”면서 “소수 부유층 학생들을 위해 정부가 학생 1인당 2억원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부진한 해외유학생 유치실적도 도마위에 올랐다.




NLCS의 경우 외국인 학생 비율은 4.4%인 19명에 불과해 “영어교육도시는 국내 학생의 해외유학과 어학연수 수요를 대체하고. 아시아지역 해외유학생을 유치할 동북아 교육허브로 조성됐다”는 정부 발표가 무색해 졌다.




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각종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해명이 거짓으로 밝혀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JDC는 NLCS에서 공부할 경우 ‘국제고교학력’이 인정된다고 홍보해왔으나 국제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강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또 22년간 1013억원의 로열티가 유출되는 사안에 대해 NLCS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강 의원이 JDC측이 영국 본교와 맺은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